스케이트 날의 비밀! 피겨와 아이스하키 스케이트의 차이점은?
날카로움 속 정밀함, 피겨 스케이트의 구조는 왜 다를까?
겨울 스포츠 시즌이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종목이 바로 스케이트이며, 그 중에서도 피겨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전문성이 강한 종목으로 꼽힌다. 이 두 종목 모두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모습은 같지만, 사용하는 스케이트의 형태는 놀라울 정도로 다르다. 특히 피겨 스케이트의 날은 유독 길고 날카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앞쪽에는 톱니처럼 생긴 ‘토 픽(toe pick)’까지 달려 있어 종종 ‘위험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피겨 스케이트는 단순히 빠르게 움직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정교한 기술과 유연한 동작을 소화하기 위한 섬세한 장비로 설계되었다. 날의 바깥쪽과 안쪽은 곡선형으로 되어 있어 ‘에지(edge)’라 불리는 부분을 이용해 회전하거나 점프 착지를 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날의 전체 길이는 남성용 기준 약 28~30cm 정도로, 긴 곡선을 그리며 얼음과 접촉한다. 또한, 날의 양면은 중간이 오목하게 파여 있는 형태(Hollow grind)를 가지고 있어서, 얼음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면서도 회전 시 안정성을 높여준다.
무엇보다 토 픽은 피겨 스케이터가 점프를 뛰기 전 힘을 모으고, 회전 후 착지 시 균형을 잡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피겨 스케이트는 단순한 속도보다 정밀한 제어와 예술적 동작에 최적화된 장비로 발전해 왔으며, 스케이트화 자체도 발목을 단단히 고정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겉보기엔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한 켤레의 피겨 스케이트에는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있다.
날카롭지만 견고한 힘, 아이스하키 스케이트는 무엇이 다를까?
반면, 아이스하키 스케이트는 ‘속도와 충돌’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될 수 있는 경기 특성상, 피겨 스케이트와는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키는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며,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 하기에 기동성과 안정성, 내구성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다. 따라서 하키 스케이트는 날이 짧고, 끝부분이 둥글게 마감되어 있으며, 토 픽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하키 스케이트의 날은 일반적으로 25~27cm 정도이며, 피겨 스케이트보다 훨씬 평평한 곡률을 가지고 있어서, 코너링과 스탑(정지), 스프린트 시의 폭발적인 가속에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날의 중앙이 오목하게 파인 구조는 피겨용과 동일하지만, 하키용은 좀 더 깊게 가공하여 얼음을 더욱 강하게 ‘파고들 수 있게’ 만들어지며, 이는 선수들이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다가 급정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스케이트화 또한 근본적으로 다르다. 피겨 스케이트가 발목을 곧게 세우고 중심을 잡도록 만들어진 반면, 하키 스케이트는 복부와 발목 부분이 단단하고,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여 외부 충격과 충돌에서 발을 보호한다. 이처럼 하키 스케이트는 공격과 수비, 그리고 고속 주행 중의 민첩한 방향 전환까지 고려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피겨 스케이트와는 기능적 목적부터 구조적 형태까지 완전히 구분된다.
또한 하키 경기에서는 선수 간 충돌과 빠른 전개가 기본이기 때문에, 날의 끝을 뾰족하게 두면 오히려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하키 스케이트는 전체적으로 ‘둥글고 단단한’ 느낌을 주며, 순간적인 스피드 변화나 충격 흡수를 염두에 둔 내구성 중심의 설계를 바탕으로 제작된다.
피겨와 하키 스케이트, 어떤 차이가 실제 경기력을 바꿀까?
두 스케이트의 차이는 단순히 스포츠 스타일의 차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선수의 퍼포먼스와 부상 위험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피겨 스케이터가 하키 스케이트를 신고 점프를 시도한다면, 토 픽이 없기 때문에 지면을 박차는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며, 착지 시에도 균형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하키 선수가 피겨 스케이트를 신고 시합에 나선다면, 날 끝의 톱니에 걸려 넘어지거나 방향 전환 시 발목을 심하게 삐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피겨 스케이트는 예술과 기술의 조화를 위해, 하키 스케이트는 전략과 힘의 조화를 위해 설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각 스케이트의 설계가 더욱 정교해지면서, 선수별 맞춤 제작이 늘어나고 있다. 발 모양, 무게 중심, 얼음 위에서의 미끄러짐 정도, 심지어 특정 기술에 최적화된 날의 각도까지 고려된 스케이트는 이제 단순한 장비를 넘어, 선수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무기’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각 종목에서 사용되는 스케이트의 규격은 국제 연맹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피겨 스케이트는 남성과 여성에 따라 약간의 사이즈 차이가 있으며, 토 픽의 크기, 날의 두께(약 4mm), 곡률 등이 규정되어 있다. 하키 스케이트는 NHL 등의 프로 리그 기준에 따라 제작되며, 날의 두께(2~3mm), 길이, 하우징의 재질 등이 모두 세부적으로 정해져 있어, 제조사는 이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결국 피겨와 하키 스케이트의 차이는 단순한 외형 차이가 아니라, 그 스포츠가 요구하는 철학과 방향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며, 날 하나, 커브 하나에도 고도의 설계와 의도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매우 깊다. 끝.